[마법사의 선물] 11 - 내가 일어나지 않으면 내가 무너지니까
따분한 글씨체

[마법사의 선물] 11 - 내가 일어나지 않으면 내가 무너지니까

by cryptocluelab 2019. 5. 31.

"어떻게 오셨죠?"

"아..저 면접..보러왔습니다."

"아 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띵동'..'띵동,띵동,띵동'

"우편 왔습니다"


우편이 온 건 처음이 아니었다.

요새 계속 우편으로 나에게 편지를 쓴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이 사실을 친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이 편지는 나에게

허락된 작은 희망이었으니까.


Get up. It won't break down.


험난한 가시덩굴에

네 모습이 보였다.

아직도 아른아른거려.

왜 너는 자책하고 고민하고

쓸데없는 환상에 몸부림치며

이 현실을 감당하지 못하느냐.


내가 방법을 알려주겠다.

이 편지는 태워도 좋고,

간직해도 좋다.

다만, 너의 행동에 책임은 물을 것이야.

이 편지를 계속 읽고 싶다면

우편물에 숫자를 적어놔라.

1, 2, 3, 4....




뭐랄까.. 요새 계속 힘든일만

일어나고 있다. 잠을 자도

전혀 개운치 않고 자꾸 허공만

바라보게 된다. 이게 시작이었다.



잠도 나에겐 허락할 수 없는

길고도 긴 시간이랄까?

허무맹랑한 소리좀 그만하라며

아침잠을 깨운 친구.






길고 길었던 꿈에..

그가 나타났다.



처음 보는 그의 모습은

마치 신의 경지에서 내려온 듯한

하늘을 감싸는 그런 그런 모습이었다.



누가 자꾸 아침잠을 깨우냐며

소리치려던 그때,

꿈인 걸 알았다.

꿈인 걸 알았는데도

현실에 다가온 느낌이랄까.



그가 편지를 보내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나는 과거와 같은 상황이었을까?



·

·

·


평범하지 않았던 학교생활을 마치고

다른 길을 걷는다며 비행조종사가

꿈이었던 나는 금새 포기했다.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다른 길을

택하지 못했던 나는 누구나 가고 싶고

누구나 경쟁한다는 공무원으로

살아야했다.



말이 쉽지, 정말 뭐든 하고 싶었고

뭐든 이룰 수 있을것만 같았던

초등학생의 나는 이미 잊은지 오래였다.



가을이 지날 무렵, 선생님께

연락이 왔다. 오랜만에 연락온

선생님께선 잘지내냐며 가벼운

안부인사를 내게 건넸다.



참 반가웠다. 안그래도 혼자 지내는데

누군가 안부를 전해주는게 이렇게

기쁜 일이었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한번은 나무에 손을 얹고

기도를 해보기도 했다.

나는 종교도 없는지라

누구에게 기댈 수 있다는 건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다.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오고

첫 눈이 내리던 날,

소복소복히 쌓여 있던 눈에

새로운 발자국을 내며 신나게

걸어다니던 중

가장 크게, 가장 빛나게 서있었던

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나무에게 인사를 한 후,

소원을 빌었다.

"무너지지 않게만 해달라고."



욕심이 과했나?

하루하루 지쳐가는 마음은 어쩔수가

없나보다. 내심 지친 몸을 이끌고

다시 머리를 부여잡고 일을 나갔다.



아침잠을 깨우던 그의 모습은

그리도 경이로울 수가 없다.



새로운 일자리를 찾으러

면접을 보러 가던 날.

나는 이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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