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칙스 White Chicks, 2004 - 짱나는 미녀들 대신 화이트로 변신한 블랙 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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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칙스 White Chicks, 2004 - 짱나는 미녀들 대신 화이트로 변신한 블랙 콤비

by cryptocluelab 2018. 11. 29.

위장술 하나는 끝내주지만 정작 사건 해결은 못해본 FBI 명물 콤비 마커스와 케빈은 순간 착각하는 바람에 거물급 마약상을 놓쳐버리는 일대 실수를 저지르고 맙니다. FBI에서 퇴출 위기에 몰려버린 이 둘은 얼떨결에 자선파티 참석을 위해서 LA에 오는 호텔재벌 윌슨가 자매의 모두가 꺼려하는 경호를 어쩔 수 없이 떠맡게 됩니다.



하지만 첫날부터 호들갑 자매의 귀하신 얼굴에 상처를 내는 대형사고를 치고 맙니다. 길길이 날뛰는 자매 앞에서 이들이 살아남는 방법은 오직 딱 하나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뽕 넣고 찍어 발라서라도' 그녀들로 변신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녀들 대신 사교계를 휘어잡는 것입니다. 이제 풍만한 상체와 쭉빠진 바디라인의 금발미녀가 된 그들, 아니 그녀들은 알고보면 첩보전을 능가해버리는 칵테일 파티와 총격전보다 살벌한 패션쇼 등 재벌계의 엄청난 사생활에 말려들기 시작합니다.



주인공 흑인 형사들이 분장한 백인 부잣집 딸들은 패리스, 니키 힐튼 자매를 패러디한 것이라고 합니다. 특히 얌전하고 조용한 생활의 니키 힐튼보단 패리스 힐튼을 중점적으로 풍자했습니다. 주인공이 변장한 윌슨 자매의 앙숙으로 등장하는 밴더길드Vandergeld 자매의 성씨는 실존하는 미국 굴지의 명문가 밴더빌트Vanderbilt 가문을 패러디한 것이라고 합니다.



<화이트 칙스>는 코미디를 중점으로 만든 작품이지만, 실제로 현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모습들을 풍자한 것이 대부분입니다. 미국의 여장남자 코미디 영화이며 웨이언스 형제의 작품답게 미국의 대중문화, 인종 문제, 등을 우스꽝스럽게 풍자하였습니다.



흑인을 싫어하고 백인이 되고 싶어하며, 백인 여자를 밝히는 라트렐 같은 흑인 유명 스포츠 스타를 연상케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진짜 백인 상속녀 자매를 꼬셔서 해피엔딩을 맺기도 합니다. '흑인 맛을 보면 휠체어가 필요하다'는 명언을 남기기도 하였습니다.



작은 잡화점 주인은 아시아나 인도계 이민자이고 마약상은 러시아계의 이민자 아니면 히스패닉이라는, 인종에 대해서 고정관념도 나옵니다. 허우대 멀쩡하고 배운 것 표시가 나는 흑인이 구걸이나 하러온다거나, 유난히도 큰 엉덩이를 좋아하는 흑인 남성, 이름이 뭐든 대충 고메스로 보이는 히스패닉, 우루루 몰려다니면서 아주 시끄럽게 구는 흑인 여성 등 미국 사회에서의 인종적 고정관념도 그대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패션쇼에서는 윌슨 자매로 분한 흑인 요원의 우스꽝스러운 패션은 한때 최악의 드레스로 두고두고 회자가 되었던 비요크의 레드 카펫 드레스입니다. 한 명이 "쏘 레볼루셔너리 쏘 볼드 앤드 쏘 브릴리언트!!"라고 하자 사람들은 뭔지 몰라도 우와 하면서 우루루 일어나 환호하는 패션쇼 장면들은 우스꽝스러운 유명인들의 옷차림을 보며 맹목적인 열광을 보이는 아주 이상한 세태를 비꼬는 것입니다.



스포츠 경기를 종종 남자들만 줄줄 꿰뚫고 있는 것은 전세계 공통인 것 같습니다. 리그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라트렐을 여자인 데니스 포터는 방송 기자이면서도 잘 몰라서 케빈이 라트렐을 사칭을 하여도 속아넘어갑니다. 남자인 마커스는 라트렐의 플레이 스타일 단점들을 줄줄이 읊어대며 비난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라트렐은 자신에게 비난한 여자는 처음 본다며 그 비난에 오히려 감동하는 셈이 되어버립니다.



흑인 주인공 형제가 임무 수행을 위해서 특수분장으로 백인 여성 윌슨 자매로 변장합니다. 임무를 수행하러 호텔로 들어가려는데 웬 사내놈들이 변장한 자신들의 몸매를 칭찬하면서 캣 콜링을 하자 기분나쁘게 얼굴을 찡그리며 한소리를 하게 됩니다. 노골적으로 화를 내자 겁을 먹고 도망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아마도 남자들이 불특정 다수의 여자에게 캣 콜링을 하는 행동을 풍자하려고 한 것 같습니다.



백인 갑부집 딸들로 변장한 주인공 콤비가 자기 상사에게 "덴절 워싱턴 닮았어요."라고 하자 상사가 너무 좋아하는 장면을 볼 수가 있는데, 덴절 워싱턴의 미국 내 이미지는 흑인 남자 중에서 최고의 미남으로 불리웁니다. 우리나라로 예를 들자면, 평범한 남자에게 "장동건이나 원빈 닮았어요."라고 하는 것이라고 보면 이해하기가 훨씬 편합니다.



인종, 혹은 계층에 따라서 듣는 음악도 다른 미국의 현실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장 형사들이 갑부집 딸들과 스포츠카에서 듣던 버네사 칼턴의 노래 'A Thousand Miles'는 전형적인 어린 백인 소녀의 취향입니다. 반면에 흑인 남자라면 당연히 검둥이 소리가 가사에 들어가는 랩을 들어야 마땅한 것입니다. 온갖 배운 척, 있는 척은 다 하는 백인 중상류층의 한심한 작태들도 묘사가 되고 있습니다. 실상은 다이어트, 성형, 등에 의존하여 외모 가꾸기, 백화점에서 물건을 훔치다 걸리거나, 등 갑부집 딸들이 처음 만나서 하는 말싸움이나 언행을 비롯한 행동들은 그야말로 유치하고 추태함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형견은 여자들, 게이들이나 데리고 다닌다면서 책임도 제대로 못 지는 주제에 관리 소홀로 인하여 동물학대나 개 통제 실패로 인한 인명피해로 이어지기 때문에 미국의 동물보호론자들에게 이러한 마초들은 골칫거리이자 제거 대상 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또 하나는 인종적 편견에 대한 드립들이 난무하지만 그것이 인종차별적 개그로 드러나는게 아니라 오히려 그에 대한 편견을 확대해서 보여준 뒤 깨부수는 식으로의 웃음들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즉 정말 마음편하게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영화인 것입니다. 그리고 인종, 성별에 관계없이 사람과 사람으로 진솔한 대화를 나누면서 모두에게 따뜻하게 대할 수 있다는 결론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여장을 한 마커스가 나쁜 남자인 '토니'에게 짝사랑에 빠져서 상처를 받고 있는 캐런과 나누는 대화 장면에서 '너희 한번도 이래본 적 없는 것처럼 말하지 마. 너희 알잖아. 너희가 누구를 정말로 좋아할 때 어떤지' 아내인 '지나'에게 그동안 무심했던 자신의 모습들을 돌아보면서 깨닫게 되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라 할 수 있습니다. 남성, 여성, 성소수자, 성다수자, 소수인종과 다수인종의 편을 가르고서 서로를 특정지어 투쟁의 대상으로 만들기도 하고, 영화가 얼마나 재미있는지보다 얼마나 정치적으로 올바른가만 따지고 있는 먼 훗날의 정치적 올바름 논란에 대하여 아주 좋은 반례가 되어줄 수 있는 영화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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