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골 '가짜 램브란트'에 관한 이야기
세계경제

중국 산골 '가짜 램브란트'에 관한 이야기

by cryptocluelab 2018. 12. 21.

'사람 빼고 다 가짜'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모조품이 차고 차고 넘치는 곳이 바로 중국입니다. 예술 영역도 예외는 아닙니다. 화가가 창작한 유일무이한 진품을 본 떠서 복제품으로 파는 것도 중국에서는 스케일이 다르다는 말 들어보셨나요? 수천 명의 화가가 모여서 가짜 명화를 전문적으로 생산해 내는 곳이 있는데, 그곳은 바로 광둥성 선전에 있는 다편 유화마을이라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모인 8000명의 화가들은 공장 노동자처럼 아주 빠른 속도로 모조품을 뚝딱 만들어 낸다고 합니다. 여러 명이서 스케치와 채색 등의 작업들을 분담하기도 한다고 하네요. '유화 공장'이라는 별칭이 붙을 만도 합니다. 모작을 걸어놓고 주문을 받고 있는 소규모 갤러리가 2000곳에 달한다고 합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지도자들의 초상화부터 렘브란트, 반고흐, 모네, 등 서양 마술사를 대표하고 있는 거장들의 대표작을 그대로 복제한 작품들은 세계 각국으로 팔려 왔다고 하네요. 전 세계로 유통이 되고 있는 유화 복제품의 75%가 다펀 유화 마을에서 나올 정도라고 합니다. 정말 그정도로 중국에서는 무수한 복제품들이 난무하고 있다는 것이죠. 그동안 유럽이나 미국, 등의 호텔과 박물관에서 스치듯이 보았던 그림들이 이곳 출신이었을 가능성 또한 크다고 합니다.



다펀에서 생계를 이어 온 마 춘얀(여)은 휴대폰에 원본 이미지를 띄워 놓고 캔버스에 베끼는 식으로 명화를 묘사합니다. 그녀의 손을 거치고 나면 감정가 1억 달러, 약 1124억원이 넘는 반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재현해 놓은 복제품이 하루 만에 탄생한다고 해요. 145달러, 약 16만원짜리는 진짜 같은 가짜인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다펀 유화 마을이 안팎으로 시련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 중국간 무역 전쟁의 불똥이 이곳에서도 튀고 있는 탓이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10%의 관세를 물린 2000억 달러 어치의 중국산 수입품 목록에 골동품과 스케치, 소묘, 등 미술품이 포함되었기 때문입니다.


직접 타격을 받은 건 고가 미술품의 시장이라고 합니다. 관세 부과 계획이 공개됬었던 지난 7월 중국 밖의 미술품 딜러나 수집가들은 "중국산 예술품들이 점점 비싸지면 궁극적으로는 유럽과 미국 등의 박물관과 관람객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볼멘소리를 냈다고 합니다. UBS그룹AG에 따르면 전 세계의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중국은 21%를 차지하여 미국이 42% 다음입니다. 그만큼 각국에서 유통이 되고 있는 작품에는 '메이드 인 차이나'가 상당수를 차지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미국이 지난해에 사들인 중국산 골동품만 1억 720만 달러, 약 1208억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어마어마한 액수를 자랑하네요.


이 정도의 규모는 아닐지언정 다펀에서도 적잖은 영향들이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이 지난해에 걸쳐서 사들인 다펀의 유화작품, 등도 750억원 어치에 달하는 액수였기 때문이죠. 그러한 이유 때문에 저가의 고품질 모사 작품으로 틈새 시장을 공략해오던 다펀의 화가들은 고민에 빠졌어요.


원래 다펀은 300명 정도가 모여서 농사를 짓고 살았던 궁핍한 마을이었다고 해요. 1989년 홍콩 출신의 그림상이 이곳에 유화 전문 상점을 내었고, 수집과 판매를 시작한 뒤부터 화가들이 삼삼오오 몰려들더니 어느새 중국 최대 유화 도매 시장으로 탈바꿈을 했습니다.


값이 싸다고 품질까지 저렴한 건 아니었습니다. 섬세한 붓 터치, 등을 매우 정교하게 묘사하는 것으로 명성이 자자하여 유럽의 독일과 미국, 등에서 이곳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해요. 3년 전 영국 최초의 공공 미술관인 덜위치 픽처 갤러리에서 진품 대신으로 모조품을 몇 점 전시한 뒤, 관람객들이 이를 찾아내기 쉽도록 이벤트성 전시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의 원조인 척 프레임에 걸린 가짜 명화 역시 다펀에서 건너간 것들이었다고 해요. 이들이 지난해에 올린 매출액은 6억 100만 달러, 약 6764억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다펀은 이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여파로 부침을 겪은 바가 있었습니다. 당시 한풀 꺾인 해외 수요가 좀처럼 회복이 되질 않자 다펀은 국내로 눈을 돌려서 고군분투해왔다고 합니다. 이처럼 한때 유럽과 미국 등으로 팔려나가는 비중이 80%에 달했었는데 현재는 국내 수요가 80%를 차지한다고 하네요.


다펀 유화 마을에서 12년간 오리지널 아티스트로 활동을 해오던 첸 징양의 생각으로는 "빅 바이어들은 이미 다펀이 카피로 유명한 저가 시장인 것을 알기 때문에 원작을 구매하려 찾는 이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하네요.


그간 다펀을 옹호하는 이들은 소수가 독점한 예술작품을 누구나 값싸게 복제품으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다펀의 화가들이 제공해왔다고 주장하면서 현재의 다펀 유화촌이 내우외환을 딛고 30년의 명맥을 잘 이어갈 수 있을지, 중국 다펀 유화마을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화가들의 변신이 궁금해지네요.


댓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