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달리는 소녀 The Girl Who Leapt Through Time, 2006 - 기다려, 지금 너에게 달려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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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달리는 소녀 The Girl Who Leapt Through Time, 2006 - 기다려, 지금 너에게 달려갈게

by cryptocluelab 2018. 12. 7.

저 마코토에게는 남들에게 말 못할 비밀이 딱 하나 있습니다. 타임리프라고 하는 능력입니다. 어느 날 우연히 그 능력을 가지게 되었는데, 카즈야 이모 말에 따르면 내 또래 여학생들에게 자주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아무튼 그 능력 덕택에 학교 성적도 좋아질 뿐더러, 지각도 안하고 잦은 실수들도 훨씬 줄어들었습니다. 세상 만사가 다 내 손안에 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친한 친구인 고스케와 치아키도 저의 그런 변화가 싫지 않은 것 같고, 매일 셋이서 야구놀이를 하며 즐거운 나날들을 보낼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치아키가 저에게 고백을 하는 겁니다. "마코토, 나랑 사귀지 않을래?" 전혀 남자로 보이지 않던 녀석이었는데 저는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어떻게든 그 고백을 없애기 위해서 다시 과거로 돌아가 결국은 그 고백을 듣지 않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과거로 돌아가면 돌아갈수록, 일이 점점 꼬여만 갑니다. 친구인 유리와 치아키가 연인 사이로 발전하는걸 지켜보려니 마음만 씁쓸해지고, 고스케를 짝사랑하고 있던 후배 여학생의 고민상담까지 받은 저는 어떻게서든지 두 사람을 이어주기 위해 과거에서 현재로 몇 번을 오갔는지 셀 수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제가 당할 뻔한 사고들을 대신 고스케가 당하는 불상사까지 나타났고, 타임리프로 사람의 마음을 내 멋대로 바꾼 벌을 이제야 받고 있나 봅니다.



1965년 츠츠이 야스타카의 소설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발표 이후, 영화, 드라마, 만화,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면서 재구성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스테디셀러입니다. 청춘과 성장 소설의 고전으로 잘 알려진 이 명작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원작 소설의 주인공 오시야마 카즈코의 조카 콘노 마코토가 주인공으로 등장하게 되며 새롭게 쓰여진 스토리를 통해서 관객들에게 신선함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우연히 알게 된 타임리프 덕분에 시간을 자유 자재로 오가고 있던 마코토는 친구로만 생각했던 이성 친구 치아키의 고백으로 과거를 바꾸면서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가 되는 이야기들을 유쾌한 시선으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여기서 타임리프란, 시간과 장소를 단번에 도약하여 현재에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다른 시간과 장소로 이동하는 초능력을 말합니다. 호두에 의해서 그 힘을 발휘해 타임리프는 재충전해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변하지 않는 성장 영화로서 가슴 설레이는 두근거림, 풋풋한 첫사랑,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 등이 녹아 있는 청춘 영화입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세대를 초월하는 감성 애니메이션이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배경은 유서가 깊은 역사와 현대적인 풍경들이 교차하는 지점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또한, 곧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7월을 배경으로 이루어진 동경의 그림 같은 풍경들은 철저한 로케이션 헌팅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도내와 근교를 중심으로 학교에서만 7개소, 주택지는 나카이, 야나카, 우에노, 아라카와, 치바, 마쿠하리, 오기쿠보, 등 다양한 장소들이 활용되었습니다.



그 결과,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골목, 기차 신호등, 뭉게구름, 등 아주 정겨운 풍경들이 친숙하게 다가오는 것입니다. 아주 평범한 학교 내에서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학생이 타임리프를 만나면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고 시간속에 얽매여있었던 작은 오해들과 난감한 상황들을 겪으면서 시간에 대한 신중함, 등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자유가 있는 반면에 우리는 늘 책임을 지고 살아갑니다. 이 영화에서도 그녀의 행보를 이미 알고 있는 단 한 사람이 있었는데, 시간을 멈추고 단 둘만 남게되어 시간의 흐름이 어떻게 바뀌게 되었으며, 어떻게 시공간을 넘나들고 있었는지에 대해 알려줍니다. 하지만 그들은 지금의 타임리프의 모습을 전혀 알 도리가 없는 것입니다. 과거에 살고 있는 평범한 여학생, 미래에서 온 남학생, 그들의 놀라운 변화는 바로 이곳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온전한 시간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시간과 시공간을 넘나드는 누군가가 단지 특별한 이유는 이곳에서 만큼은 전혀 없습니다. 시간을 건네준 자가 꼭 주인은 아니고, 시간을 건네받은 자가 꼭 특별한 건 아닙니다. 하지만 시간을 자유 자재로 쓰게되면 어떠한 일들이 일어나는지 이 영화는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누군가는 절실한 시간인데 누군가한테는 아무것도 아닌 시간이 될 수가 있는 것입니다.



극장판 <원피스>의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출중한 연출력까지 더해진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시간이라는 요소를 통해서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소녀의 모습을 판타지적으로 그려내었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하고 아주 유쾌한 스토리로 모두를 매료시켰습니다. 이 영화에 주인공으로 나오는 소녀는 현재를 살고 있지만 타임리프의 주인은 과거로 온 사람밖에 되지 않습니다. 서로 다른 시간, 장소에 살고 있는 이어질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난 그들의 풋풋한 첫사랑의 이야기는 이 영화로부터 시작되고 끝을 맺습니다.



이미 정해져 있는 삶도 아니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부분도 없습니다. 무언가를 바꾸려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다시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돌려받으려면 그에 따른 대가가 치러집니다. 따뜻한 배경과 주위에 흔히 있는 풍경, 누구나 공감할 법한 그들의 삶들, 하지만 결국 이어질 수 없는 사랑이야기와 그들의 선택이 좌우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간이라는 소재로 따뜻한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지금도 풋풋한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세계가 인정하는 최고의 웰메이드 감성 애니메이션의 저력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후반부의 시간을 둘러싼 예상치 못한 반전들을 통해서 마지막까지 눈을 뗄 수 없는 깊은 여운으로 모두의 감성을 자극하는 수작으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시간이라는 요소를 통해 감동적인 끝맺음을 이끌어가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아직까지도 우리의 가슴속에서 잔잔한 여운을 남기며 앞으로 나아가는 우리 삶 속에 꼭 필요한 요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감동과 유쾌한 판타지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애니메이션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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