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결혼이라는 게 있을까요?
생활꿀팁

평범한 결혼이라는 게 있을까요?

by cryptocluelab 2019. 4. 9.

 

 

[ " 평범한 결혼이라는게 있을까요.

거짓말을 하시는군요.

모든 결혼은 하나하나

비범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 사람이 비범하기 때문에 결혼도

비범하다는 게 아니라

평범한 사람 둘이 만나도

비범하게 되는 게 결혼이에요." ]

 

- 『무희』 , 21p

 


가와바타 야스나리에게도

특별한 사랑이 있었다.


2014년 일본 언론들은 일제히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이루지 못한 아픈 사랑이 담긴 편지가 발견되었다는 보도를 쏟아냅니다. 무슨 편지였을까요. 일본 언론들이 이루지 못한 사랑이라고 지칭한 그 여인은 바로 누구였을까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편지

 

발견된 편지는 애석하게도 부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편지의 수신인은 이토 하쓰요. 가와바타 야스나리와 약혼까지 했다가 파혼한 바로 그 여인입니다. 편지는 아마 파혼 통보를 받은 직후 쓴 것으로 보입니다. 편지의 내용.

 

 

 

 

[ " 병이 난 것은 아닐까 생각하니

밤에도 잠을 잘 수 없다.

울고 싶을 정도로 마음이 쓰인다." ]

 

노심초사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 걸로 보아, 당시 그는 연락을 끊고 사라진 이토 하쓰요 때문에 크게 심적으로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함께 발견된 히토 하쓰요가 보내온 편지에는 "왜 파혼하려 하느냐는 질문에 답을 하느니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그 편지를 받고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그토록 간절한 답장을 썼던 것인데, 결국 부치지도 못한 답장을..

 

 

 

 

가와바타 야스나리와 이토 하쓰요

 

그가 이토 하쓰요를 처음 만난 건 스무 살 무렵인 1919년이었습니다. 그녀는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자주 드나들었던 카페의 여직원이었는데요. 당시 열네살이었던 그녀는 부모를 여의고 어린 나이에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 하는 어려운 처지였습니다. 일찍 부모를 잃은 동병상련 때문이었을까요. 두 사람은 서로 마음을 열게 되었고, 이내 가까운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카페가 문을 닫게 되고 이토 하쓰요는 카페 마담과 함께 기후 현으로 내려가게 됩니다. 떨어져 있기 힘들었던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성급하게 그녀에게 청혼을 하였고, 그녀는 청혼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1921년의 일.

 

 

 

[ "하지만 달콤한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

 

이토 하쓰요가 파혼을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편지를 보내고 잠적해버렸기 때문입니다. 편지를 받고 그는 기후로 달려가보았지만 그녀는 이미 종적을 감춘 뒤였습니다. 그녀가 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는지는 여전히 미스테리로 남아있죠.

 

이토 하쓰요와의 파혼 사건은 가와바타 야스나리에게 큰 상처로 남게 됩니다. 그는 죽기 1년 전인 일흔한 살 때 출간된 전집에서 이때 일을 회상하며 이렇게 밝혔는데요. "이유도 모른 채, 허무하게 이별한 것이 마음에 커다란 동요를 일으켰다." 웬만해선 이런 감정 표현을 하지 않는 성격인 그가 50년 전 일에 대해서 이 정도의 고백을 한 것으로 보아, 파혼 사건이 그에게 얼마나 크게 다가온 상처였을지 짐작이 갑니다.

 

<이즈의 무희> 책 표지와 영화 포스터

 

후세의 많은 사람들은 「이즈의 무희」 주인공인 가오루가 바로 이토 하쓰요의 분신일지도 모른다고 입을 모읍니다. 처음 만났을 때 둘의 나이가 모두 열네 살이었다는 점도 그렇고, 무엇보다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이토 하쓰요에게 처음 느낀 감정이 소설 속에서 가오루를 향한 감정으로 치환된 것 같단 이야기입니다.

 

또 한 가지 공통점은 이토 하쓰요와 소설 속 가오루 둘 다 계급을 넘어선 대상이었다는 점입니다. 당시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일본 최고의 명문인 도쿄 제국대학의 예과생이었고, 부모님이 일찍 사망하기는 했지만 오사카 지방 귀족 가문의 자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토 하쓰요는 평민 출신의 가난한 카페 여급에 불과하였죠. 신분제라는 구습의 그늘이 남아 있던 그 당시 20세기 초반 일본 사회에서는 흔치 않은 짝이었던 것도 있었습니다.

 

「이즈의 무희」 배경이 된 유모토칸

 

소설 속 가오루 역시 계급을 뛰어넘은 연정의 대상입니다. 유랑 극단에 속한 사람들, 즉 다비게닌은 최하층 천민 집단이었습니다. 다비게닌은 무사 귀족 승려 아래 계급인 사농공상에도 포함되지 못하는 불가촉 하층민이었습니다. 소설에서 도쿄대학생인 주인공은 신분을 뛰어넘어 소녀에게 사랑을 느꼈고, 그로 인하여 자신이 성숙한 인간이 되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이토 하쓰요의 그림자가 소설에 남아 있다고 보는 이유이죠.

 

 

 

『 가와바타 야스나리 』

X 허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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